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인용 결정은 예상대로였다. 탄핵소추안의 많은 부분이 탄핵의 요건이 될 수 없다는 설명으로 시작했지만 가장 마지막, 국정농단에 의한 국민주권주의 위배에 대해 엄정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후의 대통령의 대응이 거짓(정규재 TV 인터뷰 등)과 불통(압수수색과 검찰 및 특검 조사 거부)으로 일관하고 있어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없음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다. 재판관의 보수, 진보 성향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보수와 진보는 모두 헌법적 가치 아래에서 의미 있는 것이다. 헌법을 유린하는 것은 그 둘의 아무것에도 속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시작부터 헌법을 유린해왔다. 대통령 선거부터 이른바 셀프 감금사건으로 불리는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이 있었고, 당시 국정원장은 아직까지도 재판 중에 있다. 시작부터 헌법적 근본을 의심받은 것이다. 이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으로 다시 한 번 국민을 유린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는 방관자적 태도를 보였다. 참사 당시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은 이 정부의 태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헌재는 탄핵 심판에서 이 정부가 생명권 보호 의무를 져버리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성실성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탄핵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일 뿐이다(일부 재판관은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 했으나 이는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위법 행위는 아니라고 보충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에도 끊임없는 위헌 행위를 자행해왔다. 국정원은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내국인을 사찰했다는 의혹, 시대를 역행하는 국정 교과서 강행, 그리고 블랙리스트와 국정농단 까지.

위와 같은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명백하게 보여준다. 사실 이것은 4년전 우리가 예견했던 일이다. 그가 이미 독재자인 박정희의 딸이며, 그 이후에도 박정희를 위시하는 세력에 비호를 받으며 우리나라 제 1당의 지도자로 영도 되었던 것이다. 그의 능력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으로 지지를 받은 것이 아니라 단지 박정희라는 그의 핏줄이 주는 후광으로 지지를 받은 것이다. 이게 진정한 패권주의. 단지 박정희라는 이름의 권력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 한 것이다. 친박 패권주의의 행패는 지난 총선에서 극에 달했다. 새누리당의 공천과정에서 단지 친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천과정을 방해했고, 그 결과 다수의 친박 세력이 당을 장악했다. 그리고 국민은 엄정한 심판을 내렸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원내 제 2당으로 밀려날 수준으로 참패한 것이다.

이러한 패권주의에 갇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신적 사고(思考)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국민의 주권은 대통령의 권한 밑에 있다는 사고가 짙게 깔려있는 것이다. ‘박정희는 쿠데타로서 국민 주권과 상관 없이 권력을 장악했던 인물이기에 이러한 사고가 있었을 수도 있다. 허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의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이었다. 국민의 주권이 있었기에 당선 되었음에도 이러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시대착오적 인물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유신적 사고에 머물러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서는 모든 위헌적 행동이 자신에게는 선의였을 것이다. 애초에 사고 자체가 민주주의적이지 않은 생각에 기반한 선의였던 것이다. 안 지사의 말대로 이러한 탄핵 사태가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가 문제였기 때문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고 자체가 문제였다. 유신 독재자의 딸은 결국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역사적 심판을 받았다.

친박 패권주의에 경도된 사람들의 행동에도 이와 같은 시대착오적 사고가 나타난다. 태극기 집회의 정체성만 봐도 그러하다. 대통령을 지키는 것 만이 애국인 듯 착각하며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국민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 한숨이 나올 뿐이다. 대통령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순수한 선의로 행동했을 뿐인데 하는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물론 위에서 말 한대로 유신적 사고 아래서 말이다. 사실을 왜곡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며, 스스로를 선동하는 모습이 유신적 사고, 그리고 지난 보수정권에서 창궐했던 일베적 사고이고 곧 친박 패권주의의 민낯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드디어 친박정희 패권주의를 물리칠 시대가 왔다. 국민의 주권이 확고히 인정받는 진정한 민주주의 혁명이라 말할 수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잔재하던 유신 잔재 세력을 말끔히 소탕할 기회가 온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역사적 흐름에 걸맞은 새로운 정권이 탄생해야 한다. 국민의 주권을 우선하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무엇보다 우선하는 제대로 된 정권을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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