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에 앞서.

  본래는 이보다 일찍, 더 여유롭게 글을 쓰려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동생이 같이 운영하는 미용실을 개업하면서, 그 가게에서 사용할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 있었기에 그동안 이 글쓰기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간단한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지만 공부를 겸하면서 개발했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고 어제나 되어서야 완성 할 수 있었다.

  한해의 독서 생활을 정리하고 내년의 독서 계획과 다짐을 세우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글이기에 꼭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짧게나마 리뷰를 해보려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 생각의길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유시민 | 생각의길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 메디치미디어

<대통령의 말하기> 윤태영 | 위즈덤하우스


  올해 주요 독서 테마 중 하나가 글쓰기가 된 이유는 하나의 책 때문이다. 그 책은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토론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논리적인 유시민 작가의 모습을 보며 그 논리의 바탕이 되는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했기에 이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책의 주제는 단순하다.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어 하고 싶은 놀이와 일, 사랑, 그리고 연대하며 살아라’ 하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망각으로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살기보다, 죽음을 직시하며 삶의 의미를 찾으라 이야기한다. 유시민 작가는 이 책에서 삶의 중요한 요소에 놀이, 일, 사랑에 연대를 더하며 진보적 가치에 대한 예찬도 동시에 하고 있다.

  이 책의 주제가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도 큰 차이가 없었기에 무덤덤했다. 단지 인상 깊었던 것은 그러한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유시민 작가가 보여주는 글쓰기 방식이다. 나는 생각만 가지고 있을 뿐 <어떻게 살 것인가>처럼 말끔하고 또렷하게 생각을 전달하지는 못한다. 자신의 경험은 물론 철학과 인문학, 통계 뿐 아니라 과학적 연구 결과를 동원하여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 하며 뚜렷한 주제를 전달하는 글쓰기 방식에 매혹되었다. 이런 이유로 <유시민의 글쓰기특강>을 읽어 보게 되었고, 연말에는 대한민국의 리더십 실종을 목격하며 자신의 뚜렷한 생각을 갖고 표현했던 전임 대통령들의 글쓰기 방법을 이해하고자 <대통령의 말하기>,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었다.


  이 세 권의 책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좋은 글쓰기 방법을 발견 할 수 있었다. 크게 보면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로는 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정확하고 논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라는 것은 결국 내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일 뿐이다. 아주 뚜렷하고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아무리 멋있는 글을 써도 겉만 번지르르할 뿐이다.

  두 번째로는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결국 노력할수록 느는 법이다. 많이 읽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독해력을 키우고,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한다. 많이 쓰는 것은 주제에 알맞은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쓸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좋다.

  세 번째로는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논증하는 습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주제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지양하고, 자신의 주제를 타인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충분한 논증을 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를 고려하여 써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생각과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있어도 쉽게 읽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글도 결국 말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말로서 표현해도 막힘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만들어야 한다. 가급적 단문으로 표현하며, 한국어로 글을 작성한다면 외국어 번역투를 지양해야 한다. 중학생 수준의 독자가 읽는다고 가정하고 쉬운 문장을 써야 한다.

  위에 언급한 네가지 이 외에도 다양한 조언이 있으니 찾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세 책은 다른 작가가 조금씩 다른 의도를 가지고 쓴 글이기에 차이도 있다. <유시민의 글쓰기특강>은 일반적인 논리적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의 글쓰기에 대한 조언과 마음가짐도 이야기 하고, 논리적 글쓰기를 위한 추천도서도 포함하고 있다. 반면 뒤의 두 책은 대통령의 글쓰기, 즉 리더라는 특정 인물의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내가 쓰는 블로그의 글은 취향이 맞지 않는 누군가를 고려하며 써야할 의무를 갖진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의 글쓰기라면 상황은 다르다. 리더 자신에게 관심이 없거나 혹은 반대적 입장을 가진 사람도 자신에게 주의 집중 시키고, 자신의 생각을 또렷하게 전달해야 한다. 때문에 뒤의 두 책에서는 그러한 방법과 관련된 노하우를 이야기한다. 이러한 차이에 유의하여 책을 선택하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두 책 모두 시나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실감나게 전하는 감수성 있는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 네 권의 책을 읽으면서 많이 읽는 것 뿐 아니라 많이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이 책들 덕분이라 할 수 있겠다. 평소에 그리 많은 대화를 하는 성격이 아니라 정작 중요할 때 표현력의 부족을 많이 느끼곤 한다. 내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험을 종종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즉 나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이 블로그에서 많은 글을 써나갈 것이다. 일 년 뒤 이맘때 지금 내가 쓴 글을 돌아보며 성장해 있음을 느끼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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