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

    바다가 보고싶었다.

    남쪽의 바다와 가까운 곳으로 내려오는 일도 흔치 않은데 바다를 못보고 가긴 좀 아쉽지 않은가. 어디로 갈까 하다가 역시나 떠오르는 한 곳, 부산.

3900원이면 부산 사상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시외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 안에 사람은 서너명 남짓듬성듬성 앉아있었다. 저 안쪽에는 무슨 이유로 부산으로 가려 하는지 궁금증이 피어나게 만드는 여성의 머리 윗부분만 얼핏 보였다. 그는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끊임없이 메세지를 주고 받는 듯 누가 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심한 듯 하다. 난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안전벨트를 맸고, 버스는 출발했다.

 

    부산으로 향하는건 꽤 오랜만이다. 첫 부산에 대한 기억은 아마 초등학생 때일 것이다. 동생은 아직 초등학교 입학 전인듯,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마도 내가 9살 쯤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 시절의 기억이 그렇듯 그 여행에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 뭘 보았고 어디에 갔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부산에 갔었다는것만 확실히 인증해 줄 수 있는 인상 깊었던 한 장면만 기억날 뿐이다. 우리 가족은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었고 야간 기차를 탔는지 부산역에 새벽 일찍 도착했다. 배는 고프고 아직 밖은 어둡고 날은 추웠다. 곧 해가 뜰 것 같은 시간이었다. 바다의 등대처럼 어둠이 짙게 깔린 역전의 광장을 은은히 밝히는 편의점이 우리 가족이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듯 했다. 인기척 없는 거리를 바라보며 따뜻한 컵라면을 가족과 함께 나눠 먹었다어둠이 광장 사이사이의 골목으로 숨어 들어가고 밖이 점점 퍼렇게 변하는 걸 지켜 보았다. 이것이 부산에 대한 첫 기억이다. 왜 그 기억만 부산 여행에서 살아 있는지 모르겠다. 부산이라는 장소가 주는 인상 보다는 아마도 새벽 기차여행에 대한 기억, 어디론가 떠나는 행위와 평소에는 움직이지도 않을 특별한 시간에 한 행동 그 자체가 즐거웠을거라 생각한다. 짧게 말하면 그 때부터 이미 '여행한다는 것' 그 자체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은 갔을 것이다, 아마도. 딱히 요즘의 잘나가는 20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 때문에, 해운대에 완벽한 몸매를 가진 여자친구와 여행을 갈 일도 없었고, 친구들과 함께 헌팅을 하자며 해수욕장으로 떠날 일도 없었다. 애초에 그런일을 잘할 재능도, 흥미도 없고 받쳐줄 화술과 외모도 부족함은 물론이었다. 그냥 무슨 일에서인가 갔을것이다, 아마도. 그런 무슨 일에서 방문했던 기억들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마지막 기억만 조금 남아있다. 2013년 여름. 두번째 내일로를 떠났을 때다첫 내일로 여행은 겨울에 혼자였었기에 이번 여름은 여럿과 함께 떠났었던 것이다. 남자 셋 여자 셋. 꽤 많은 인원의 여행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남녀 단둘이 여행을 가기엔 뭔가 어색할테고 2 2도 어색하긴 별반 차이 없었을거다. 8명은 너무 많으니, 그래서 타협한 인원이 6명이 아니었나 싶다. 동성끼리 여행 하고 싶었으면 애초에 거기다 글 올리지 않고 친구랑 갔을테니 그런 가정은 넘어가자. 네이버의 유명 내일로 카페에서 사람을 모아 여정을 세웠고 그 중에 부산이 있었다.

    한 여름에, 부산에, 남녀가, 쌍으로, 6명이, 며칠을, 함께.

    이렇게 보니 별 서술도 없는데 벌써 후끈거리는 상상이 펼쳐지는 듯 하다. 어딘가 낭만적이고, 은밀하고, 더 나아가 음란하기까지하다. 애석하게도 음란은 커녕 '낭만'의 앞글자 까지도 도달할 일이 없었다. 아마도 서로에게 느낀 첫 인상부터 예견된 결과였을거다여행을 시작한 의도에는 그런게 깔려있었을지 모르겠다만. 어느 시장의 맛집에서 밥을 먹고,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팥빙수를 나눠 먹고, 감천문화마을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야간의 해운대 바다에서 술을 마셔도 여행은 그닥 재밌지 않았다. 오히려 홀로일 때보다 더 외롭게 느껴졌다. 주변에는 연인들과 여름의 해운대를 만끽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거리는데 난 왜 여기 한복판에 이러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한 그녀들이 주위에 여성들에 비해 부족한 사람들은 아니었다만-물론 지나가는 특출난 몇몇 여성에게 눈돌아가기는 했다- 그 친구들이 해운대에서 내 앞에 앉아 있다고 한들 딱히 별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애초에 그러자고 시작한 여행은 아니었으니까. 그냥 홀로 여행하면서 가진 다양한 생각들을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며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에 여럿과 같이 여행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여행을 하는 목적이 제각각임을 확인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군가는 어떠한 장소에 방문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했고, 누군가는 '내가, 지금, 이렇게, 산다.'고 이야기 해줄 사진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매일 밤 나누는 술자리는 내 지난번 남자친구가 어땠는지, 내가 일하는 곳은 어떠한지, 언제쯤 결혼할 건지에 대한 신변잡기 이야기였다. 난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 그냥 여행에 대해 이야기 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뿐이다. 우리가 지나온 역이 어떠한지, 기차에서 펼쳐진 풍경이 어떠했는지, 전라선과 경전선을 타며 느낀게 어떠한지(기차가 같은 기종이라 할지라도 분명 차이가 있다), 순천만의 갈대가 어떠하고, 여수의 낮과 밤의 차이가 어떠한지, 통영의 시내 교통의 복잡함과 소매물도의 아름다움은 어떠한지. 여행에서 내가 갖는 관심은 오로지 이런것 뿐이었다. 당연하게 그들과 내가 여행에서 갖는 공통 관심사가 점점 멀어져 갈 수 밖에 없었고 그 절정에 나는 해운대에 앉아있었다. 차라리 그런 분위기의 부산엘 가지 말았었다면 괜찮았을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기억은 그렇게 씁쓸하게 잊혀지고 있다.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기억을 더듬다가 잠에 빠져 들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탓도 있고 꽤나 많이 걸어보며 움직인 탓도 있었던 듯 하다.

 

    사상 터미널 까지 대략 50분이 걸렸다. 마지막 부산 여행때도 사상 터미널에 왔었던게 잠깐 떠오른다. 1년 내로 결혼하고 싶다던 그 여자애들은 결혼이나 했나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처음에 탔을 때보다 꽤 많은 인원이 버스에서 내렸다. 얼굴조차 확인하지 못한 저 깊숙히 앉아있던 그녀는 벌써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바쁜 평일의 오후, 제각기 할 일을 위해 바삐 흩어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만 특별히 가고자 하는 목적지도 없는 여행자였을 것이다

 

    번화가인 서면으로 향했다. 늦은 점심을 때우기도 필요했고, 이곳이 왜 유명한지 대략적으로 나마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혼자 밥 먹을만한 곳을 찾을겸 골목 골목을 들여다 보았다. 어떤 골목은 어느 번화가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밤 만되면 고기와 술과 사람으로 뒤엉켜 있을만한 곳도 있는가 하면서면역에서 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들어가면 소위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기 전에 사람들의 때가 덜 타고 아기자기함이 남아있는 음식점과 카페가 있는 골목도 볼 수 있었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지역이라면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광경입니다. 크게 다를건 없네요. 물론 밤의 서면은 뭔가 또 다른 매력이 있을수도 있겠지.

 

    네 시쯤 된 늦은 점심을 맥주 한 잔과 곁들여 먹었다. 그리고 다음 일정을 어떻게 가져갈까 고민했다.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들어갈까아니면 집으로 돌아갈까? 하룻밤 묵고 갈 각오도 하고 내려왔지만 딱히 내일 무엇을 해야 할지 마음 내키는 일이 없었다. 내일도 머물고 간다면 할 만한 일은 해동용궁사에 가서 일출을 한 번 보고 싶고, 인문학 서점이라는 인디고 서원이란 곳에 방문해 보고 싶기도 하고, 부산 사람들도 자주 가지 않았을 만한 멋진 카페를 찾아 못다 본 책을 다 읽고 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같이 술 한잔 기울이며 가슴에 쌓아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가족이기 때문에, 친구이기 때문에 오히려 하지 못할 이야기를 차라리 처음보는 사람이라면 쉽게 할 수 있을것 같았다. 복잡한 마음을 안고 시작한 여행이었기에 이 생각이 제일 간절했다. 취업하지 못한 내 넋두리를 들어주며 같이 공감할 친구도 필요했고, 올해 겪은 사건 사고를 이해해줄 멘토도 필요했다. 오히려 한 순간 만나고 잊혀질 사람일 수록 못다한 속내를 털어놓기가 쉬웠다. 그런 사람을 만나기에 여행지의 게스트하우스 만한 장소는 없었다. 단지 우려되는 것은 화요일의 게스트하우스에 그렇게 말동무할 사람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사실 없을거라고 확신했다. 휴가철도 아닌 주중에 게스트하우스는 그냥 고요한 숙박업소일거라고 생각했다. 고요한 게스트하우스라면 그냥 집에 돌아가는 편이 나을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딱히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이곳 저곳을 누비다가 한 카페에 들어가 앉았다. 못다 읽은 책을 마무리 하려고 말이다. 구글에서 검색해서 간 곳이었는데 꽤나 분위기 좋은곳이다. 부산 앞 바다가 보이는 곳은 아니지만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수영만의 물의 흐름이 보이며, 센텀시티의 높은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들이 강물에 비치는 그런 장소였다. 2층에 아늑한 공간이 있었다. 연인과 친구들이라면 오기 정말 좋은 장소인듯 했다. 조명은 아늑하고 바깥의 풍경은 확 트이게 잘 보이는 그런 장소였다. 카페에 커피 맛보러 가는 사람이 아닌지라 커피의 수준을 논하긴 어렵네요. 단지 아쉽다면 아늑한 조명은 다시 보면 어두운 조명이고, 날씨는 꽤 쌀쌀했는데 히터는 안나왔다. 그리고 노래는 조금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마디로 혼자 책읽으러 가기 좋은 장소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깁니다. 개인적으로 음악없는 카페를 찾고 싶은데 도저히 찾을 수 없네요. 무라카미 하루키도 음악없는 카페를 하나쯤 알아두면 좋다고 이야기 했는데 우리나라에 그런 카페가 있는지 조차 궁금합니다.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랍니다.

 

    두세시간 정도 꼬박 앉아서 책에만 몰두했던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결심을 했으니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일반 기차는 너무 늦으니까 마지막 ktx를 타고 돌아가려 했다. 근데 아직 하지 않은 마지막 일이 있었다. 부산에 온 목적이 있었다. 바다를 보는 것이다. 대략 30페이지 정도 남은 책을 덮고 카페를 나왔다. 광안대교가 보이는 바다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였다. 대양을 향해 나아가려는 수영만의 물결과 함께 바다로 향했다. 그리고 만난 광안대교와 함께 펼쳐진 부산 앞바다. 사실 난 햇살이 바닷물에 비쳐 찰랑거리는 주간의 바다를 더 선호하지만 밤의 바다도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고 위로가 있다. 낮의 바다가 시선을 사로잡고 아름다움을 선사한다면, 밤의 바다는 미지의 어둠으로부터 몰려온 파도 소리가 귓가를 메워버리며 웅장함을 선사하고 때로는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보이지 않기에 더욱 웅장한것이다. 이런 바다 앞에서 거역할 수 없는 한낱 인간이기에 느끼는 위로같은게 있다.

    여름이었다면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 바닷바람을 맞으며 술판을 벌렸을 것 같은 공간도 이제 다가올 추위에 맞서 마지막 바다의 정취를 즐기려는 몇몇 학생들만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부산 싸나이 둘이서 맥주를 기울이는 모습도 있고, 아직도 헌팅을 하는 시즌이 안 지난건지 알콩달콩함을 즐기는 듯한 4명의 선남선녀들, 뭐가 그리 즐거운지 회 한접시 시켜놓고 왁자지껄한 수다를 나누는 여학생 셋, 그리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 한 캔과 과자 한 봉지로 고독을 즐기는 분위기 있는 여자 한 명. 생각 외로 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찾아 즐기고 있었다. 나도 홀로 고독을 씹는 그녀처럼 바다옆 가로등 밑에 앉아 술과 함께 이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즐거울뻔 했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어쩌면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 해 볼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에 빠져보기도 한다. 내년에, 내년에 이곳에 찾아와 해볼 것이라 다짐해 본다. 부산에 오기 위한 이유를 남겨두고 떠나는 것도 어쩌면 여행지에 대한 예의일지 모른다. 모든 걸 다 보고 가져가려고 욕심 부릴수록, 오히려 느낌과 감각은 희미해지고 생각에서 빨리 잊혀지기 쉬운 법이리라.

 


    부산역에 도착하여 집에 가려고 보니 이제야 저녁을 먹지 않은게 떠올랐다. 그래서 맥주와 함께 먹으려고 오뎅가게에 들렀다. 몰랐는데 요즘은 오뎅가게도 파리바게트 마냥 다양한 종류의 오뎅을 파는걸 보고 놀랐다. 부산에만 있는건지 다른 지역에도 있는건지 모르겠다. 내 기억엔 이런걸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흠.

 

    마지막 ktx 출발 시각보다 30분이나 일찍 열차에 탑승했다. 부산역에서 마지막 ktx를 타는 느낌은 다른 열차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라면 좌석 대부분이 차 있고 북적거림이 있었을텐데, 반대로 부산에서 출발하는 열차에는 조용한 안정감만이 느껴졌다. 이렇게 고요한 느낌의 열차는 처음이었다. 예매할 때 사람이 별로 없음을 알고 일부러 가족석에 자리를 잡았다. 나 혼자 ktx 객차 하나를 전세 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출발하기 전 기차의 엔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분좋은 웅웅거림, 진동. 부산이라는 도시, 한국이라는 이 사회와 격리된 어떤 이 세상의 모진 풍파를 막아주는 안전하고 아늑한 캡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작은 진동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아주 큰 고요함으로 둘러싸인 장소. 어쩌면 매번 여행을 할 때마다 내가 가장 찾아 헤메는 그런 장소가 바로 이런 곳 아니었을까 싶다. 그 누구도 없는 곳이지만 그럼에도 두려움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그런 아늑한 곳.

    이런 느낌을 받은적이 과거에도 있었다. 14년 봄. 유럽 여행을 떠났을 때, 그리고 오스트리아 빈의 밤거리를 헤메던 때가 가장 그랬다. 말하나 통하지 않는, 그런 어쩌면 가장 위험한 장소였지만 그럼에도 그곳에서 난 대단히 큰 위로를 받았다. 졸업을 앞둔 스트레스는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에 있는 또 다른 나의 걱정일 뿐인듯 싶었고, 빈의 길거리위에 서있는 나는 그와 다른 사람인 것 처럼 느껴졌다. 마치 오래 전부터 유럽에 살아왔었던것 같고 이곳이 세상에서 걱정없는 유일한 장소처럼 느껴졌었다. 매일매일 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밤마다 홀로 또는 누군가와 함께 와인을 기울이며 아무 걱정 없이 여행을 다니던 그때. 홀로 다닌 여행의 외로움 만큼이나 여행 내내 함께 했던 것이 그런 안도감이었다. 내일 어떤 여행지를 가게 될지 어떤 어려움을 만날지 하는 걱정은 대한민국에 있는 내가 졸업 후 어떻게 사회 진로를 이어나갈지 하는 걱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그런 행복감을 여행하는 중간에 느낄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그때를 회상하며 '그때가 좋았지' 하는게 아니라, 빈의 도심에 있으면서 바로 느낄 수 있었던게 제일 큰 행복이었다. 그런 행복을 이번 여행에서 이렇게 사소한 곳에서 느낄 수 있었던건 의외의 수확이었다.

  



* 빈에서 느낀 기분을 제대로 표현한 사진이 없다. 사실 그날 밤에 사진을 찍으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사진에 그 느낌이 담길리 없잖습니까. 그냥 그 느낌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위의 두 사진에서 동질감을 느낄수 있으신가요. 혹은 비슷한 또 다른 경험이 있으신가요.



    덕분에 이곳에서 즐겁게 책에 또 빠져들수 있었다. 몇페이지 남지 않은 <대통령의 말하기>를 다 읽었고, 하나 더 가져온 하루키의 에세이도 조금 읽을 수 있었다. 베네치아에서 샀던 아직도 반의 반도 못쓴 공책에 오늘의 생각을 옮겨 적을만한 사색도 할 수 있었다. 기술이 너무 발달해서 부산에서 천안까지 겨우 2시간 밖에 안걸린다는게 아쉬울 정도로 이 느낌은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천안아산역에 닿았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짧지 않은 추억을 돌아보고 그 만큼의 여행을 더 한 것 같았다. 이 깊은 시련이 끝나고 다음 여행에는 좀더 밝은 기억을 꺼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