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 | 김난주 옮김 |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발렌타인데이의 무말랭이> 무라카미 하루키 | 김난주 옮김 |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무라카미 하루키 | 김난주 옮김 |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 김난주 옮김 |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해뜨는 나라의 공장> 무라카미 하루키 | 김난주 옮김 |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이상 5권은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세트)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후와후와> 무라카미 하루키 | 권남희 옮김 |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 이윤정 옮김 | 문학사상사

    (이상 2권은 서점에서 읽은 책)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추천한다.

 

왜 하루키의 에세이인가?

하루키가 세계적인 인물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루키 신드롬은 이제 한물간 유행으로 여겨질 정도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작가이다. 단순히 하루키를 추천하는 것은 마치 웃긴 예능인을 추천해준다며 유재석을 언급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시시한 이야기일 것이다.



교보문고에 등록된 <노르웨이의 숲> 상품정보에 있는 저자 소개 부분이다. 에세이에 대한 짤막한 소개가 들어있긴 하나 전반적으로 그를 대표하는 건 소설이다. 아마 그를 추천하는 대부분 사람도 소설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소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은 그의 소설은 <1Q84>이다. 당시 하루키의 신작 발표로 나라가 떠들썩했기에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직접 알아보고자 읽었다. 세 권을 내리읽으면서도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고 난해한 예술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 이후로 그의 책을 찾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생각과 달리 나는 그의 소설을 추천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는 저자 소개에 언급된 소설 만큼 많은 에세이도 발표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서점에서 우연히 여행에 관한 하루키의 책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접하고 그의 에세이에 푹 빠져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그의 에세이만 6권을 더 읽었다. 그의 에세이에는 소설에서 느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하루키 팬에게는 딱히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나와 같이 하루키의 소설만 알고 있었을 뿐 그의 에세이에 특별한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는 신선한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하루키라는 작가가 아닌 하루키의 에세이를 추천한다.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루키 에세이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라고 생각한다. 그냥 소소한 재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미소 짓게 되고, 가끔은 소리 내서 깔깔거릴 수도 있는 재미를 그의 에세이에서 만날 수 있다. 예능이나 드라마로만 재미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 다른 매력은 여행이다. 하루키 에세이를 세 가지 테마로 분류한다면 일상, 재즈, 그리고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중에서 여행에 관한 테마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하루키가 속된말로 프로여행러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여행 경험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체류하고 유럽과 미국에 몇 년간 거주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만의 여행 방법은 나와 같은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소설가라는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은 직업을 가지고 이리저리 자유롭게 유랑하는 모습은 내가 하고 싶은 삶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꿈이기도 할 것이다. 나의 꿈을 누군가가 대신 실현해주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지막 매력은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다. 최근 다양한 힐링에세이류가 서점에 쏟아지고 있는데 오히려 직접적인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은 하루키의 에세이를 보면서 더 많은 위안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행을 통해 많은 문화를 경험한 덕분인지, 그의 에세이에서는 다양한 생각에 대한 넓은 관용을 보여주며 곤란해 보이는 상황에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는다. 그의 여행에세이에서는 현지에서 렌터카를 사용하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자신이 원했던 것과는 다른 차를 받았음에도 끝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름대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로 마무리 지어지는 모습을 보면 그가 얼마나 긍정적인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혹은 둔감한 바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런 긍정적이고 넓은 이해심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듯하고, 나의 사소한 고민이 아닌 범인간적인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어떻게 읽을까?

정말 읽기 쉬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세트에 있는 책은 그가 잡지에 연재하면서 쓴 글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따라서 두-세장 정도에 하나의 이야기가 쓰여 있다. 그와 단짝인 것처럼 보이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유쾌한 삽화도 이야기마다 꼭 하나씩 들어가 있다. 세계적인 소설가다운 간결하면서도 몰입력 있는 문체는 이 짧은 글을 더더욱 쉽게 만들어 준다.

특별한 깊은 교훈을 담는 책도 아니고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책도 아니다. 가볍게 읽으면 좋은 책이다. 머리 쓰지 않고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TV나 인터넷이 아니라 독서를 하고 싶다면 이만큼 좋은 책이 없다. , 깊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경우, 예를 들면 소란스러운 카페나 버스 또는 기차에서도 집중하려는 노력 없이도 쉽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나의 경우인데 어려운 책을 읽을 때 해독의 방법으로 하루키의 에세이를 사용했다. 책으로 인해 얻은 피로를 다른 활동으로 푸는 게 아니라 다시 책으로 해독하는 것이다. 나처럼 책을 많이 읽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책을 펴면 피로가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번갈아 읽기는 절대적인 독서량을 늘리기에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책에 흥미를 붙이고 싶은 사람, 여행 방법이나 그곳의 문화를 나열한 에세이가 아니라, 여행을 통해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공감하고 싶은 여행광, 하루키의 소설이 아닌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독서광에게 하루키의 에세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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